SPACE 656, 2022, 7월호_ PROJECT : 모곡리주택
설계 : 이소우건축사사무소 _김현수, 안영주
설계담당 : 김혜진, 이주은, 이다경
시공 : 도해건설, 권병국
사진 : 박영채
진행 : 박지윤
설계 : 이소우건축사사무소 _김현수, 안영주
설계담당 : 김혜진, 이주은, 이다경
시공 : 도해건설, 권병국
사진 : 박영채
진행 : 박지윤
시원하고 풍요로운 공간에 대한 답변
. . . 우리는 복도의 앞쪽으로는 3개의 작은 실과 외부공간을 교차고, 뒤편으로는 거실을 중심으로 두개의 중정을 배치했다. 교차로 배치된 공간들은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깊이감을 더해주고 강렬한 빛들을 흐트러뜨려 준다. 산란된 빛들은 각각의 내부 공간들에 부딪혀 다양한 농담(gradation)을 가진 빛들로 변화한다. 변화된 빛들은 빛과 그림자라는 강한 명암(contrast)의 대비로 잃어버렸던, 본래 우리가 원했던 공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한다. 강한 빛으로 선명한 공간은 아니지만 농담(gradation)으로 차분하게 배경이 되는 공간들로 우리의 감각은 풍요로워 진다.
모곡리 주택은 위에서 바라보면 크고 작은 중정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구분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켜켜이 중첩된 공간들로 내외부가 전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곡리 주택에서 경계는 영역을 구분 짓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건축물의 내외부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들에 의해 유동성을 지닌 영역 설정을 의미한다. 그 경계에서 공간은 깊이감을 지니게 된다. 깊이는 치수로서의 크기가 아닌 공간의 질을 의미한다. 외부의 빛과 그림자는 내부의 그늘과 이어져 새로운 경계를 형성하고 넘나드는 빛, 바람과 소리로 경계는 해체(break)가 아닌 해제(release)가 된다. 거실을 중심으로 배치된 세 개의 중정과 거실 전면에 남향으로 배치된 복도에는 해제된 경계의 영역이 있다. 이를 통해 중정-거실-복도는 하나의 영역으로 통합된다. 연결의 기능을 넘어 공간에 확장성을 부여하고 넓게 펼쳐져, 먼 산의 풍경까지 받아들이게 한다. (중략)
오랜만에 모곡리 주택을 방문해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어 보았다. 사방으로 중첩된 공간에서 익숙함과 동시에 생경함을 느꼈다. 하나의 종류로 말할 수 없는 빛과 하나의 감촉으로 말할 수 없는 바람, 소리, 풍경 등이 시시때때로 변화했다. 어느 순간 내 몸이 자연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제된 경계들로 인해 마치 프리즘의 내부에 있는 것 같았다. 건축주는 이 집에서 느긋하게 일어나 집으로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어디든 걸터앉아 이야기 나누거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다가, 늦은 점심 후에는 외부 평상에 멍하니 앉아 변화하는 빛과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들을 보며 하루가 가는 것을 느끼고 반응한다. 마치 여행을 온 듯이
글. 안영주_이소우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