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매거진,  2022년 11월호 
고속열차 SRT의 비지니스 트래블러 매거진, SRT MAGAZINE 11월호에 이타라운지 게재. 


이타라운지, 의도적인 공백이 선사하는 경쾌한 리듬
地利_지리
부지는 본래 특정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비정형의 버려진 땅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건축가는 경사진 지세를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건물이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여겨지길 바랐다. 정돈된 땅에 건축물을 얹은 모습이 아니라, 좁은 골목길이 부지를 따라 흘러가고 다시 사방으로 연결돼 건축물이 기존 터에 깊숙이 관계하는 형태를 원한 것이다. 주택과 골목의 모양새, 경사지와 옹벽, 그리고 오래된 동네의 풍경까지 온전히 존중하는 것만이 건축가가 땅에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이타라운지는 통영의 항구인 강구안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 번쯤 쉬어갈 만한 고지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게 됐다.
形態_형태
위에서 바라보면 비정형 땅의 중심에는 의도적으로 비워진 곡선 형태의 중정이 있다. 중정은 건물 깊이 위치하지만, 결코 차단된 공간이 아니다. 골목길·계단·필로티를 구성하는 겹친 벽이 열린 공간을 만들어내고, 곡선과 직선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공간의 감각을 일깨운다. 불확실한 목적지를 찾아가듯,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어떠한 방해나 제지 없이 건물의 곳곳을 자유롭게 거닐고 때론 머무른다. 이타라운지의 시그니처인 이 중정에는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한 건축주와 통영에서 오랫동안 피아노 다루는 일을 해온 건축주 아버지의 영향이 크게 미친 공간이다. 빛이 가득 내리쬐는 오후면 건축주는 이타라운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종종 노래를 선물한다. 빈 중정은 건축주의 목소리와 그의 아버지가 조율한 피아노의 선율로 충만하게 채워진다.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 가장 아름답게 존재하는 순간이다.
調和_조화
모든 객실에는 햇살이 들어오는 창이 있다. 건축가는 아침 햇살을 받았을 때 가장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재인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또, 일반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객실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침대와 가구를 목재로 일체화하고, 이를 내부 마감까지 확장했다. 통영을 찾는 젊고 도전적인 이들에게는 객실에 머무르는 짧은 순간이나마 여독을 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가는 일부 객실의 욕실 천장에 하늘이 보이는 사각 창을 내고, 야외와 이어지는 노천탕을 설치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객실과 달리 지하의 카페는 열연강판과 목재에 검은색 도장을 해 어두운 느낌이 주를 이룬다. 중정을 통해 들어온 빛이 카페에 스며들어가는 과정에서 빛의 농담을 또렷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이타라운지는 통영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이타’적인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글_박소윤
사진_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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